복싱의 세계에서 선수로, 이제는 지도자로 살아가는 인물이 있다. 바로 KBC 전 한국 라이트급 챔피언이자, 현재 대구 ‘복싱 킴스짐’을 운영 중인 김재환 관장이다. 그의 복싱 인생은 단순한 스포츠 경력을 넘어, 인생과 철학을 담은 여정이다.
복싱과의 첫 만남, 그리고 간절했던 꿈
김재환 관장은 어린 시절부터 태권도, 유도, 검도 등 다양한 운동을 접해왔다.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 ‘권투 & 헬스’ 간판을 본 것이 계기가 되어 복싱을 처음 시작했다. "무슨 운동이든 새로운 시작은 늘 즐거웠다"고 그는 회상한다. 그에게 가장 큰 전환점은 선배가 동양 챔피언 타이틀을 따고 돌아왔을 때였다. 많은 이들이 벨트를 만지고 사진을 찍을 때, 그는 벨트를 만지지 않았다. 그리고 속으로 다짐했다. “나는 내가 딴 벨트를 내가 차볼 거다.” 그 후 그의 복싱 인생은 간절함으로 채워졌다.
치열했던 선수 생활과 승부의 세계
그는 2008년 8.15 한국 타이틀 2차 방어전에서, 김재환관장은 1라운드 다운을 뺏고 초반에 승기를 잡는듯했으나,팬들의 예상을 뒤엎고 2라운드 다운, 실신 직전까지 몰렸다. 그러나 그는 5라운드 역전 KO 승을 거두며 짜릿한 승리를 만들어냈다. “넘어지면 벨트를 뺏긴다. 절대 넘어지면 안 된다.”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벨트 하나에 집중한 그 순간의 간절함이 승리를 이끌었다. OPBF 동양태평양 랭킹 1위, PABA 범아시아 2위, WBC 세계 35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첫 한국 챔프가 되었던 날 아침이었다. “꿈인 줄 알았는데, 책상 위에 놓인 내 벨트를 보고 실감했다.”
지도자로서의 제2의 인생
복싱 킴스짐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생계를 위한 선택이었지만, 회원들과 소통하며 운동을 함께 즐기는 지금은 큰 보람이 되었다. 그는 말한다. “회원들과 같은 주제를 가지고 함께 웃고 땀 흘리는 시간이 참 좋다.” 김 관장은 끈기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는다. 자신도 데뷔전 패배 후 1년5개월간 무려 9전을 치르며 한 계단씩 올라섰기에, 끝까지 버티는 힘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선수들에게 그는 절제와 노력을 강조한다. “상대보다 더 많이 절제하고, 더 많이 노력해야만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말하며, 흔들림 없는 자세를 가르친다. 복싱을 배우고 싶은 이들에게는 이렇게 조언한다. “복싱은 몸으로 하는 공부입니다. 시험 점수가 0점이어도 괜찮으니, 그저 즐기세요.”
복싱이 남긴 인생의 철학
그는 복싱을 통해 겸손과 자신감의 차이를 배웠다. “자만은 스스로를 무너지게 하고, 자신감은 스스로를 성장하게 한다.” 선수에서 관장으로 전환하며, 그는 링 위에서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제자들을 보며 또 다른 배움을 얻었다. “자식일 때는 부모 마음을 모르는 법이죠.”
복싱 킴스짐, 사람 냄새 나는 체육관
김 관장은 킴스짐을 단순한 운동 공간이 아닌, 웃고 떠들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 그는 “운동을 배우지 않더라도, 하루의 스트레스를 털어내고 갈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한다. 그는 앞으로 킴스짐을 더 키우고, 복싱을 통해 성장 중인 제자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복싱의 열정은 제 노력이 아니라, 팬들의 사랑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복싱 팬들에게 그는 감사의 말을 전했다. “부족한 저와 킴스짐, 그리고 저희 선수들을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끊임없이 절제하고, 꾸준히 도전하며,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공간을 만들어가는 김재환 관장의 복싱 인생. 그가 걸어온 링 위의 발자국은,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고 있다.
정안뉴스 안정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