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의 철학적 역작 『어정주서백선』, 주희·이황 사상 계승한 100편 선집

  • 등록 2025.09.20 23: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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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순애 교수, 『서지학연구』 제102집 통해 『어정주서백선』의 편찬과 체재 집중 분석"
"정조 직접 편찬 관여… 주희·이황 사상 연결 고리 역할한 조선 후기 경학의 결정체"



 

  조선 후기 문예부흥의 군주 정조(正祖)가 직접 주도한 철학 문헌 선집 『어정주서백선(御定朱書百選)』에 대한 체계적 분석이 강순애 한성대 명예교수의 논문을 통해 학계에 소개됐다. 이 논문은 최근 한국서지학회가 발간한 『서지학연구』 제102집에 수록됐다.

 

『어정주서백선』은 정조가 1794년 직접 주요 내용을 발췌하고, 신하들에게 교감을 맡겨 6권 100편으로 엮은 유학 문헌이다. 주희(朱熹)의 『주자대전』과 이황(李滉)의 『주자서절요』를 바탕으로 하여 정조의 철학적 관점이 녹아든 편찬물이자, 조선 유학의 집대성이기도 하다.

 

강 교수에 따르면 정조는 왕세손 시절인 1767년부터 편찬 준비에 착수해, 1794년 한만유에게 초집본을 보이며 검토를 명했고, 이만수·이시원·최광태 등에게 인명, 지명, 훈고, 출처 등을 교감하게 해 본문에 첨기했다. 이후 권별 체제는 주제별로 배열하고, 동일 인물의 편지는 한 권에 함께 묶었다.

 

논문은 100편의 서간을 9가지 주제별로 분류했다. 시사출처 23편, 왕장문답 14편, 지구문인문답 34편 등이며, 이는 이황의 분류 방식과 비교해 체계적인 계승을 보여준다. 각 편에는 두주(頭註) 형태의 주석이 붙어 난해한 내용을 해설하고 있으며, 총 311개 표목, 328개 조목으로 구성됐다.

 

정조는 편찬 과정에서 단순한 문헌 선집을 넘어 주희의 철학과 심학 체계를 정교하게 계승·해석하고자 했다. 예컨대 권1 첫머리에 이통의 서간을 배치해 주자학의 사승관계를 명확히 했고, 권4에서는 육구연과 무극·태극 논쟁을 다뤘으며, 권6에서는 ‘호연지기’에 대한 주희의 해석을 부각시켰다.

 

이번 연구는 정조의 사상사적 기획과 학문 체계 정립 노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동시에, 『어정주서백선』이 단순한 철학 문헌을 넘어 조선 후기 경학사(經學史)의 중요한 이정표였음을 밝히고 있다. 강 교수는 본 논문에서 “『어정주서백선』은 주자학 전통의 조선적 수용을 보여주는 구체적 산물”이라며 “현존본과 비교 분석을 통해 그 학문적 가치가 더욱 부각된다”고 강조했다.

 

이 논문은 2025년 5월 9일 투고돼 『서지학연구』 제102집에 게재되었으며, 정조가 남긴 경학 편찬 사업의 일환으로서 『어정주서백선』의 위상을 재조명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정안뉴스 안정주 기자 |

안정주 기자 esan22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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