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기업 경영의 핵심 화두로 떠오른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경영에 대해 연구와 강의를 이어온 ESG 전문가 최병철 교수는 “ESG는 더 이상 사회공헌 활동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기업 경영자들이 ESG를 비용이나 규제가 아닌 미래 경쟁력을 만드는 전략적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ESG는 단순한 경영 트렌드가 아니라 기후위기와 글로벌 공급망 변화, 사회적 불평등 문제 속에서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것이다.
ESG는 왜 ‘필수 전략’이 되었나
최 교수는 기업이 ESG 경영을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이유를 크게 네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는 지구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이다. 그는 “기후변화를 ‘기후 위기’라고 부르는 이유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해결해야 할 생존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둘째는 글로벌 규제의 현실화다. 탄소배출 감축, 공급망 실사,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등 국제 기준이 강화되면서 ESG 대응이 부족한 기업은 수출 경쟁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새로운 기회의 문제다. ESG 규제는 위기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시장과 산업의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를 선제적으로 준비한 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불평등 문제 해결이다. 최 교수는 “극심한 사회적 불평등은 공동체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결국 경제와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ESG는 비용이 아니라 경쟁력
일부 기업 경영자들이 ESG를 비용이나 규제로 인식하는 것에 대해 최 교수는 “오히려 경쟁력을 높이는 투자”라고 강조했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풍부한 지역에 투자하는 사례를 들며 “AI 혁명 시대에는 현재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며, 이를 화석연료로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즉 재생에너지와 탄소 감축 기술을 선제적으로 준비한 기업과 지역이 새로운 산업 투자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이 보여주는 ESG 전략
최 교수는 글로벌 기업들이 ESG를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 자체로 통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친환경 철학을 브랜드 정체성으로 만든 Patagonia,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며 공급망 전체의 탄소 감축을 요구하는 Apple과 Google 등을 언급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참고해야 할 전략으로 다음 세 가지를 제시했다.
공급망 리스크의 선제적 관리
데이터 기반 ESG 성과 공개와 투명성 확보
한국 산업 구조에 맞는 사회적 가치 창출과 일자리 확대
ESG와 기술혁신의 결합
최근 ESG와 AI, 디지털 전환이 함께 논의되는 흐름에 대해서도 최 교수는 “기술 혁신은 ESG를 비용이 아닌 새로운 수익 모델로 전환시키는 촉매”라고 설명했다.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공급망 탄소 배출을 추적하거나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하는 방식, 자동화를 통한 산업 안전 강화, 블록체인을 활용한 투명한 데이터 관리 등은 ESG와 기술혁신이 결합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러한 흐름을 그는 “트윈 트랜스포메이션(Twin Transformation)”, 즉 디지털 전환과 ESG 전환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이 가장 보완해야 할 ESG 영역
최 교수는 한국 기업들이 특히 보완해야 할 영역으로 **지배구조(Governance)**를 지목했다.
그는 “환경과 사회 영역은 글로벌 규제에 따라 일정 수준 개선되고 있지만, 지배구조 문제는 여전히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 독립적인 이사회 운영, 합리적인 배당 정책 등이 갖춰질 때 비로소 ESG 경영이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도 ESG를 시작할 수 있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도 ESG 경영을 실천해야 한다는 질문에 대해 최 교수는 현실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중소기업은 전담 조직이나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공정 효율화와 에너지 절감 같은 작은 변화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의 ESG 컨설팅, 탄소중립 지원 사업, 정책 자금 지원 등을 활용하면 기업 체질 개선과 금융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SG의 본질은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
최 교수는 ESG 경영의 본질을 한 문장으로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작가 박경리의 말을 인용했다.
“원금에 손대지 마라.”
그는 “지구와 사회는 우리 세대만의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원금’과 같은 것”이라며 “ESG 경영은 결국 미래 세대를 위해 오늘 우리가 책임을 다하는 경영”이라고 강조했다.
정안뉴스 안정주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