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완판본문화관이 오는 12월 5일부터 내년 3월 29일까지 특별전시 ‘완판본 <별춘향전> 판각 기념展―문자, 손끝으로 이어지다’를 개최한다. 대장경문화학교와 완판본문화관이 공동 주최하고 전주시와 한국한자연구소가 후원하는 이번 전시는, 시민 각수가 직접 새긴 목판을 중심에 두고 한국 목판 인쇄 문화와 중국 갑골문 문화를 한자리에 잇는 국제 교류전으로 마련되었다.
‘문자, 손끝으로 이어지다―갑골문에서 한글까지’는 문자와 기록이 모두 인간의 손끝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문자 탄생의 기원으로 여겨지는 갑골문에서부터 조선 후기 한글 인쇄문화의 결정체인 완판본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록은 인간의 손을 통해 새겨지고 전승되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전주 시민 각수가 재현한 『심청전』, 『주해천자문』, 『갑골천자문』, 『별춘향전』 등 다양한 목판과 서책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조선시대 전주는 전라감영을 중심으로 출판·인쇄 기능이 집적된 기록문화의 중심지였다. 완판본은 한글과 한자를 아우르며 민중의 감성과 언어를 생생히 담아낸 대표적 인쇄물이다. 이 가운데 『별춘향전』은 가장 아름다운 한글 고전소설로 평가되는 작품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시민 각수 20여 명이 직접 새겨 완성한 『별춘향전』 목판 29점이 공개된다. 이는 ‘시민의 손끝’으로 이루어진 판각 결과라는 점에서 지역 기록문화의 새로운 계승 방식으로도 주목된다.
이번 전시는 2025년 완판본문화관이 추진한 〈갑골문 천자문 전통 판각 프로젝트〉가 중국 허난성 안양시의 ‘화하한자절(華夏漢字節)’에 공식 초청된 데 따른 답방 형식의 국제 교류 사업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중국 은상문화학회 부회장이자 갑골문예술연구원 원장인 장견(張堅) 교수, 갑골문 대중화 활동을 이끌어온 서결희(徐结怀) 기자가 전주를 방문해 전시 개막과 강연을 함께 한다.
전시장에는 장견 교수의 갑골문 서예 작품과 함께, 시민 각수가 판각한 《갑골천자문》 판각 서책이 나란히 소개된다. 갑골문이라는 문자 발생의 흔적과 조선 후기 완판본이라는 한글 인쇄문화가 한 공간에서 교차하며, 기록의 본질과 ‘새김’의 의미를 새롭게 성찰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전시 개막식은 12월 5일(금) 오후 2시, 완판본문화관에서 개최되며, 이어 오후 4시에는 장견 교수의 「갑골문과 동아시아 문자문화」, 안준영 관장의 「문자의 기원에서 인쇄문화까지」 강연이 진행된다.
안준영 관장은 “이번 전시는 시민 각수의 손끝에서 다시 태어난 완판본과 갑골문이 한자리에 만나, 기록의 힘을 다시 새기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시대와 지역은 다르지만, ‘새김’이라는 가장 오래된 인간의 행위를 중심으로 모든 기록문화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져 있음을 체감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안뉴스 안정주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