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2 (월)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전국

느린학습자, 정치권이 드디어 입을 열었지만… 정책은 아직 걸음마 수준

“주거 없는 자립은 없다” 씨앗티움공동체, 대선 공약 진단

 

 

 

대선을 앞두고 여야 주요 후보들이 ‘경계선지능인’, 이른바 ‘느린학습자’에 대한 지원 공약을 나란히 발표했다.
그간 제도 밖에 머물러 있던 이들이 대선 공약을 통해 정치권의 공식 논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영할 만한 변화라는 평가와 함께,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된다.

 

정책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가장 큰 우려는 ‘현실성’이다. 자립을 말하면서도 ‘주거’, ‘삶의 기반’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다.
 

“주거 기반 없이 자립은 말뿐입니다”

기자는 지난달 유현진 씨앗티움공동체 대표를 만나 인터뷰했다. 그는 2024년 12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경계선지능인 국제 컨퍼런스’ 무대에도 연사로 참석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연단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책이 아무리 좋아도, 집이 없으면 소용없습니다. 느린학습자에게 자립이란 단순히 교육이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 아니라, 오늘 밤 잘 수 있는 방과 함께 밥을 먹는 사람, 아플 때 갈 수 있는 병원이 있는 구조에서 시작됩니다.”

 

씨앗티움공동체는 실제로 경기도 광주에서 민간주도 사회주택 ‘우리집’을 운영하며 느린학습자 청년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단순한 ‘보호’가 아닌, 살면서 배우고 실패해보는 경험을 허용하는 공간, 그것이 자립의 출발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정책은 많지만, 삶을 다룬 것은 없다”

유 대표는 “이번 대선 공약이 표면적으로는 진전을 보였지만, 여전히 삶이 아닌 제도와 수치 중심의 틀에 갇혀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아동·청소년 조기 지원과 지역사회 연계를, 국민의힘은 법 제정과 맞춤형 취업 서비스를 강조했지만,
성인기 이후의 생활 기반이나 정서적 회복, 사회적 관계 형성에 대한 언급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경계선지능인 지원법’ 제정을 통해 느린학습자 대상의 권리 보장과 맞춤형 지원을 제도화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또한, 청년 대상 개인 맞춤형 취업 서비스 제공, 복지 예산 확대, 자기결정권 기반의 복지 체계 구축,
정책 심의 과정에 당사자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장애인 정책심의위원회 기능 강화 등을 약속했다.

 

“우리는 삶의 조건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느린학습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단순한 서비스 제공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기회와, 삶을 영위해 나갈 토대인 집입니다.”

그는 ‘장애’라는 분류 아래 이들을 묶는 정책 흐름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느린학습자는 보호받아야 할 존재가 아니라, 지원 속에서 살아낼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시민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가 아닌 실천의 언어로

씨앗티움은 특정 정당이나 인물과 무관하게 활동하는 비정치적 실천 공동체다.
대표인 유현진 씨 역시 실천적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 논의에 참여하고 있을 뿐, 정치적 지향은 없다고 분명히 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역할은 느린학습자들이 사회에서 ‘존재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는 일입니다.
정책은 나중 문제입니다.
먼저 살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씨앗티움의 출발이었습니다.

 


 

기자의 한마디 | 정안뉴스 박유빈 기자

씨앗티움공동체는 국내에서 ‘느린학습자’라는 용어를 가장 먼저 실천 현장에 도입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립 지원 활동을 지속해온 공동체다.
보호나 시설 중심의 접근을 넘어서, 주거 기반과 공동체적 자립 모델을 실험하며 그 결과를 꾸준히 발표해왔다.
2024년 국회 ‘경계선지능인 국제 컨퍼런스’에서의 발표는 현장 경험 기반의 정책 논의에 중요한 변화를 일으킨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