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 11월 28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서에서 (재)불교문화유산연구소·국가유산청 개최로 ‘대장경판 조판 기술 복원’ 조명 학술대회가 열렸다. 팔만대장경의 전통 조판 기술을 복원하고 계승하기 위해서는 전문 판각 인력인 각수(刻手)의 양성이 필수적이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안준영 이산책판박물관장(현 완판본문화관 관장)은 11월 27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대장경판의 조판기술과 인쇄문화사적 가치’를 주제로 열린 학술대회에서 팔만대장경 조판기술의 복원과 각수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전통 판각 기술의 단절을 막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발표 했다.
팔만대장경은 고려시대 고종의 명에 따라 1236년부터 16년에 걸쳐 제작된 불교 경전으로 현재 합천 해인사에 81,258판이 보존되어 있다.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며 세계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나 대장경 조판기술을 계승할 전문 인력의 부족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꾸준하게 제기 되어 왔다.
안준영 관장은 발표에서 각수가 단순히 목판에 글자를 새기는 기능인이 아니라 판목 재질 선정, 도구 관리, 조판 디자인 등 여러 분야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고도의 직업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통 기술이 단절될 위기에 놓인 현재, 복합적 역량을 갖춘 각수 양성은 필수적”이라며 “체계적인 교육과 연구 없이는 전승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안준영 관장은 최근 해인사에서 설립한 ‘장경도감 인경학교’를 사례로 들며 팔만대장경 조판기술 복원에 있어 전통적 교육 체계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장경도감 인경학교’는 인경의 역사적 이해와 실습을 통해 현시대에 인경술을 전수하고 있다. 안준영 관장은 “체계적인 교육과 전통적인 체계가 기술 단절을 막고 종합적인 인력 양성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장경도감 인경학교'를 평가했다.
앞서 불교문화유산연구소장 호암 스님은 팔만대장경의 가치를 강조하며 “팔만대장경은 몽고의 침입 속에서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민족적 염원의 상징이자 초조대장경의 상실을 딛고 이룩한 불멸의 진리를 담은 유산”이라며 “이번 학술대회가 대장경판에 담긴 기술력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인사 주지 혜일 스님은 12월 16일부터 팔만대장경 판각학교 강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조판 기술 전승 사업을 시작할 계획을 밝혔다. 스님은 “판각 교육을 통해 5년 뒤에는 합천 해인사 대장경판의 조판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조판 작업이 인류의 미래를 위한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팔만대장경의 역사적 가치와 전통 기술의 현대적 전승 방안을 논의하는 발표들이 이어졌다. △팔만대장경 판각과 역사 문화적 가치 재정립 △고려시대 대장도감과 분사대장도감 △팔만대장경의 조판과 해인사 △고려 팔만대장경의 인출과 소장처 △동아시아의 목판 현황 등이 주요 주제로 다뤄졌다.
이번 학술대회는 불교문화유산연구소와 국가유산청이 올해부터 추진한 ‘팔만대장경 조판기술 복원 연구’ 사업의 일환으로 전통 인쇄기술 현황을 확인하고 전통 목판 인쇄기술의 전승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주제 발표 후 대장경판의 인쇄문화사적 가치와 의의에 대한 종합 토론으로 행사가 마무리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