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관학자 신상환 박사의 〈중론으로 읽는 반야심경〉을 출간했다. 〈반야심경〉은 불교에서 가장 자주 많이 만나는 경인데, 줄줄 암송하는 사람은 적지 않지만 정작 그 뜻을 요령 있게 풀고 정리하여 들려주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불경은 자세히 풀이하면 할수록 더 어려워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런 방법밖에 없으니 다시 한번 그 깊은 뜻을 이 책을 통해서 알고자 시도하는 것은 어떨까.
〈반야심경〉은 한마디로 ‘지혜의 정수를 담은 경’이라는 뜻이다. ‘쌓고 부수는 작업’인 불교 교학의 특징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으면, 즉 오온ㆍ십팔계ㆍ사성제ㆍ십이연기 등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그렇지 않다!’라는 데까지 나가지 않으면, ‘괴로움의 바다’를 건너 피안으로 갈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경이다. 스스로 ‘부처님의 자식’인 ‘불자(佛子)’라고 여기는 이들에게는 이 책을 통해 불교적으로 생각하고 불교적으로 살지 않는 게 문제라는 점만 자각해도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창문 밖’에서 불교를 들여다보는 이들도 불교의 바탕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대승불교권의 불자들에게 독송용으로 널리 알려진 〈반야심경〉을 공사상을 논리적으로 설명한 〈중론〉의 논리에 따라 해제한 것이다. 특히, 산스끄리뜨어 원문을 중심으로, 티벳역뿐만 아니라 한역 7종을 교차 검색한 내용을 담고 있다. 불교 인식론의 근간인 오온 십팔계 등의 불교 전문 개념을 현대적 입장에서 재해석하며 반야경이 추구하는 비판의 논리가 곧 삶의 괴로움을 여의기 위한 것임을 이 책에서는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