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4 (토)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전국

【우리가 놓친 얼굴들 4화 / 가수 전하연】 천천히, 그러나 끝까지. 우리 함께 걷는 길에서

“한 사람의 빛을 믿으며, 나의 노래가 누군가의 위로가 되기를”

 

아이들을 처음 만난 건 봄이 오기 전, 아직은 찬 바람이 옷깃을 파고들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동두천의 작은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나들이 프로그램에 초대받아, 마주 앉게 된 친구들은 낯설면서도 묘하게 따뜻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죠.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 만남이 제 삶에, 그리고 제 노래에 어떤 결을 더해줄지.

처음엔 제가 뭔가 해줘야 할 것 같았어요.
연예인이니까, 어른이니까, 용기를 주는 ‘말’을 해줘야 할 것 같았죠.
그런데 정작, 아이들과 함께 웃고, 걸으며, 간식을 나누던 그 시간 속에서 위로를 받은 쪽은 제 쪽이었습니다.

 

 

씨앗티움공동체의 아이들은 느린학습자 청소년·청년들이었습니다.
세상은 그들을 기준에 맞추려 하거나, 때로는 너무 빨리 판단해버립니다.
하지만 저는 그 친구들을 보면서, 그 느린 걸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게 되었어요.
천천히 움직이기에 더 많은 걸 보고, 더 깊게 느끼고, 더 오래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는 걸요.

 

그 후로 매년 저는 그 아이들과 만났습니다.
가수로서가 아니라, 언니이자 누나, 때로는 친구로서요.
그렇게 우리는 함께 밥을 먹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올해 어린이날, 저는 작은 장학금을 전했습니다.
아무것도 대단한 건 아니에요. 그저 마음의 인사였어요.
“올해도 당신들을 잊지 않았어요.”라는, 따뜻한 눈인사 같은 마음.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조금 느릴 수도 있어요. 때로는 멈춰 설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모든 시간은 분명히 여러분을 더 단단하고 빛나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거예요.
여러분은 그 자체로 소중한 존재예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여러분만의 빛이 있어요.
그 빛을 저는 믿습니다.
그리고 그 빛이 꺼지지 않도록 함께 노래하고 싶어요."

 

그리고 또 한 번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나는 노래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단 한 사람에게라도 ‘나는 혼자가 아니야’라고 느끼게 할 수 있다면,
그것이 제가 이 길을 걷는 이유가 아닐까요.

 

 

씨앗티움공동체의 ‘우리집’은 느린학습자 청년들이 살아가는 공간이자, 회복을 연습하는 곳이에요.
단지 머무는 곳이 아니라, 삶을 다시 시작하는 공간.
한솥밥을 나누고, 서로의 속도를 존중하며, 실패를 허락하는 이 집이 있어서 저는 참 든든합니다.
그리고 그런 곳이 이 사회에 더 많이 생기기를, 저는 바라고 또 바랍니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저는 앞으로도 함께 걷겠습니다.
천천히, 그리고 끝까지.

 

여러분이 그 길의 어딘가에서 여전히 빛나고 있다는 걸,
그리고 그 빛을 보는 이가 있다는 걸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 계속, 함께 걸어요.

 

전하연 | 가수

감성적인 음색과 따뜻한 메시지로 사랑받는 싱어.
무대 위에서는 노래로, 무대 밖에서는 진심으로

사람들과 연결되고자 한다.
특히 느린학습자와 고립위기 청년들을 위한 연대에 꾸준히 동참하며,

씨앗티움공동체와 함께한 인연은 어느덧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장학금 기탁과 현장 방문을 통해 마음을 전하며,

‘함께 걷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그녀에게 노래란, 누군가의 삶에 조용히 닿아주는 방식이다.

 

 

 

 

정안뉴스 유현진 기자 |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