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북디자이너이자 각수(刻手) 홍원태 씨는 오늘날 보기 드문 전통판각 기능인이다. 단순히 작업자로서의 정체성을 넘어, 고문헌을 연구하는 학문적 시선을 바탕으로 전통을 해석하고 재현하며, 현대 사회에 그것을 녹여내고자 하는 실천적 연구자다.
“저는 북디자인을 전공했고, 현재는 고문헌 관리와 이산책판박물관(단체명 : 대장경문화학교) 전통판각 전문가 과정에 참여하여 전통 판각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작업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나무를 깎는 일을 시작했는데, 어느덧 그 안에서 삶의 본질적인 위로와 성찰을 얻게 되었죠.”
그는 '각수'라는 호칭에 담긴 무게를 무겁게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전통이라는 개념을 ‘특별한 무엇’으로 여기지 않는 데에서부터 시작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전통은 결코 고리타분하거나 동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늘 현실의 일부였고, 지금도 우리 삶 깊숙이 스며 있는 겁니다.”
그의 말처럼, 그는 과거의 기술과 미감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이 오늘날의 감각과 호흡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한다. 디자인이라는 현대적 언어와 전통 판각이라는 고유한 방식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그의 노력은, 단순한 디자이너로써의 정신 세계를 넘어선다.
“열정으로 떼어내는 한 조각의 나무가, 동지섣달 얼음장 같은 삶의 고난과 번민을 녹여내는 봄 햇살이 되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의 이 말은, 단지 예술가로서의 다짐이 아니다. 그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전통이 주는 미학과 치유의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홍원태 씨에게 전통 판각은 ‘과거’가 아니라 ‘지금’이며, 예술이자 삶의 태도다. 오늘도 그는 나무를 깎는다. 누구보다 강한 믿음으로.
정안뉴스 안정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