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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조용성 1편] 고령 창업자 시대의 도래와 가업승계의 중요성

아버지의 걱정 : 고령 창업자, 고민의 밤

늦은 밤 사무실 불을 환하게 밝힌 채, 70대 초반의 김창식 회장은 책상 한켠에 놓인 가족사진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평생 피땀 흘려 일군 회사를 자식에게 물려줘야 할 때가 다가왔지만,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았습니다. “내가 없으면 이 회사가 잘 굴러갈 수 있을까? 괜시리 아이에게 짐을 지우는 건 아닐까...”

김 회장은 조심스레 제게 속내를 털어놓았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가업승계 컨설턴트로 일해 온 저는 그의 떨리는 목소리에서 많은 고령 기업인들의 공통된 걱정을 느낄 수 있었지요. 저 역시 어린 시절 창업했다 가세가 기울었던 큰아버지의 스토리를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기에, 회장님의 고민이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따뜻한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우리는 가업승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왜 지금 가업승계가 시급한가?

김 회장님 같은 고령 창업자들은 요즘 부쩍 늘고 있습니다. 베이비붐 세대와 산업화 세대가 이룩한 기업들이 이제 창업 30~40년을 넘기며, 창업주들은 하나둘 은퇴 연령을 맞았습니다. 수십 년간 회사를 키워왔지만 정작 승계 준비는 부족한 현실에 많은 분들이 공감합니다. 회장님은 “회사도 내 자식과 같다 보니, 차마 내가 없을 때를 가정해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준비 없이 떠나게 되면, 기업의 존속 자체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상속세 부담과 후계 미비로 가업승계에 실패한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한 중소기업 사례를 볼까요. 비상장 중소기업 A사는 창업주 별세 후 27억 원의 상속세가 부과되었지만, 당장 납부할 현금이 부족했습니다. 결국 상속세로 지분 33%를 국가에 물납했고, 그 결과 대표의 지분율이 크게 떨어지자 은행 대출이 막혀버렸습니다. A사 대표는 “지분이 줄어드니 사업 의욕이 꺾였다”며 결국 코로나 시기에 폐업을 결정했습니다. 직원 30여 명은 하루 아침에 일터를 잃었습니다. 또 다른 B사의 2세 경영인은 “상속세 탓에 회사가 망가졌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창업주가 세상을 떠나자 상속세를 내려고 공장 일부를 해외 자본에 매각했고, 그 과정에서 직원 20%를 내보내야 했습니다. 이후 핵심 생산설비를 잃은 회사는 매출 급감으로 아직까지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작 B사의 공장을 인수한 외국 기업은 한국 산업의 성과를 이어 받아 급성장했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렇듯 준비 부족으로 가업을 지키지 못하는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내 가구 1위 기업 한샘, 밀폐용기 세계 1위 락앤락, 의료용품 세계 1위 유니더스 등도 창업주 사망 후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결국 회사를 매각한 사례로 꼽힙니다. 어느 업종이든 예외가 없습니다.

제가 자문했던 한 제조업 CEO는 “두 번 상속하면 회사가 사라진다던데 정말인가요?”라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극단적인 가정이지만, 만약 세대가 거듭될 때마다 상속세로 지분의 절반 이상을 잃는다면 두 세대만에 경영권을 잃거나 기업이 해체될 위험도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의 현행 세법상 최고 50% 상속세율(대주주 주식은 20% 할증평가 적용)을 그대로 적용하면, 한 세대에 가업 지분 100% 중 40~50%만 남게 됩니다. 다음 세대에 다시 같은 과정을 거치면 지분이 초기의 16~25% 수준으로 급감하는 셈입니다. 회장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내 손으로 일군 기업이 100년 기업으로 이어지길 바랐는데, 그러려면 지금 무언가 행동해야겠군요.” 이렇게 가업승계의 중요성과 시급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우리는, 구체적인 해결책을 함께 모색해 보기로 했습니다.


 

 

상속세와 증여세, 얼마나 부담될까?

가업승계를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가 바로 상속세입니다. 저는 먼저 현재 우리나라 상속세 구조를 설명해 드렸습니다. 한국의 상속세율은 과세표준 구간별로 최저 10%에서 최고 50%까지 적용되는 5단계 초과누진세율 구조입니다. 이는 증여세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세율 구조입니다. 아래는 현행 상속세 / 증여세 세율표입니다.

 

 

(누진공제 : 해당 구간 초과분에 대한 산출세액에서 공제되는 금액)

 

회장님은 깜짝 놀랐습니다. “과세표준 30억 원이 넘으면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거네요!” 그는 특히 자신의 기업처럼 비상장 주식을 주된 자산으로 보유한 경우를 우려했습니다. 제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네, 게다가 회장님처럼 중소기업의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상속할 땐 시가에 20%를 할증한 가치로 평가하니 사실상 실효세율이 60%에 달합니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상속세율이라는 평가도 있죠.” 실제로 삼성전자 고(故) 이건희 회장의 유족들은 약 12조 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신고하며 대한민국 기록을 세웠는데 이는 60%에 달하는 한국 상속세율을 적용한 결과였습니다. 삼성가 유족들도 이 막대한 세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1년 반 동안 3조 3천억 원어치의 주식을 매각했다고 합니다.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회장님 같은 중소기업인에게도 상속세 부담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닌 현실임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습니다. “정부에서 세율을 좀 완화해 주면 좋을 텐데...”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상속세제를 27년 만에 손질하려는 움직임이 최근 있었습니다. 제가 작년 세법 개정 논의를 회장님께 전해드렸지요. 2024년 세법 개정안에서 정부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인하하고 과세구간을 재조정하려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최저세율 10% 적용구간을 과표 1억 이하 → 2억 이하로 확대하고, 최고세율 구간을 과표 30억 초과 50% → 과표 10억 초과 40%로 완화하는 안이었지요. 또한 상속세 계산 시 자녀공제액을 인당 5천만 원에서 5억 원으로 대폭 상향하는 파격적인 개정도 포함되었습니다.

회장님은 “5천만 원에서 5억이라니, 10배나 올려준다구요?” 하고 되물었습니다. 성인이 된 자녀 한 명당 5억 원씩 공제해주면, 웬만한 중산층 가정의 상속은 세금이 거의 면제될 수준이니 큰 변화였지요. 다만 이 개정안은 2024년 12월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부결되고 말았습니다.

야당 측에서 “초부자 감세”라는 비판으로 반대했고, 결국 현재까지는 기존 상속세율 구조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회장님은 아쉬움을 표했지만, 저는 “그래도 정책 논의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앞으로 변화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2025년 2월 기준, 국회를 통과한 개정 사항만 반영)

한편, 증여세는 상속세와 세율 구조는 같지만 미리 나눠줄수록 세율 구간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상속은 피상속인의 전체 재산에 한꺼번에 세금을 매기는 반면, 증여는 받는 사람별로 과세하므로 재산을 분산하면 낮은 구간 세율을 적용받을 수도 있거든요. 회장님은 “그럼 차라리 증여로 미리 조금씩 물려주는 게 나을까요?” 하고 물었습니다. 저는 “10년”이라는 키워드를 말씀드렸습니다. “증여세는 동일인에게서 받은 재산을 10년간 합산하여 과세해요. 따라서 10년 단위로 잘게 나눠 증여하면 세율 구간을 낮출 수 있죠. 이를 분할 증여 전략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성인 자녀에게 현금으로 증여할 때 한 번에 5억 원을 주면 상당한 세금을 내야 하지만, 10년에 걸쳐 5천만 원씩 여럿에게 나누어 주면 각 증여분이 과세 minimum 또는 낮은 세율에 해당되어 상당한 절세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증여의 경우 일정 한도까지는 증여재산공제도 적용됩니다. 배우자에게는 6억 원, 성인 자녀에게는 5천만 원까지 등 증여자 - 수증자 관계에 따라 면세 한도가 주어지므로, 이 범위를 활용해 조금씩 재산을 이동시키면 세부담 없이 가업승계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한국과 주요국의 상속세율 비교

“우리나라 상속세, 다른 나라는 어떤가요?” 회장님의 질문에, 저는 주요 선진국들과의 상속세 제도 차이를 간략히 정리해 드렸습니다. 나라별 단순 세율만 보면 한국의 최고세율 50%도 높은 편이지만, 면세한도와 공제 제도가 천차만별입니다. 직접 비교를 위해 표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표를 보고 회장님은 깜짝 놀라셨습니다. “미국은 180억 넘는 부자만 세금을 낸다고 봐도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미국은 상속세율(40%)만 보면 높아 보여도 실제로는 극소수 부자에게만 과세됩니다. 2024년 기준으로 개인당 약 1,300만 달러까지 (한화 180억 원 상당) 세금 없이 물려줄 수 있고, 배우자가 있으면 그 두 배까지 공제되기 때문에 웬만한 부호가 아니면 상속세를 안 내는 셈입니다. 반면 일본은 우리보다 세율이 높아서 최고 55%까지 가지만, 대신 한국보다 과세표준 구간이 크고 공제도 많아 실제 세부담은 체감상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 기본공제로 일괄 3천만 엔(약 3억 원)에 상속인 수×600만 엔을 더해 빼주는데, 자녀 2명인 경우 4200만 엔(약 37억 원)까지는 과세표준에서 제외됩니다. 이 공제 이후에 누진세율(10~55%)을 적용하지요. 영국은 한국과 세율은 비슷하지만 일정 금액까지만 면세하고, 그 초과분에 40%를 일률 적용하는 구조입니다. 다만 배우자에게는 아예 세금을 매기지 않고, 가업자산에 대해서도 추가 공제가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영국이 최근 상속세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영국 총리가 “상속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해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할 정도로, 가업승계와 부의 이전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고민 중이라는 것입니다. 끝으로 싱가포르는 현재 상속세가 없는 나라입니다. 2008년에 상속세(유산세)를 폐지한 이후, 부를 자유롭게 이전하도록 유도함으로써 해외 부유층의 자본 유입을 촉진했다는 평가를 받지요.

우리나라의 경우 이 표를 보며 회장님은 복잡한 심경인 듯했습니다. “한국이 꼭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세율도 높고 공제 혜택은 아직 부족해 보여요.” 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한국 상속세의 정책 목표는 “부의 대물림 방지”와 재분배에 있다고는 하지만, 중견 / 중소기업의 가업승계 관점에서도 재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행히 정부도 이런 목소리를 반영해 제도 개선을 시도하고 있고, 유산취득세 도입같이 새로운 아이디어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유산취득세란 말 그대로 받는 사람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식으로, 다자녀 상속 시 세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인데요. 아직 도입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변화의 방향은 “기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숨통을 트여주자”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가업승계를 위한 현명한 준비와 생존 전략

상속세 제도가 녹록치 않은 만큼, 기업인 스스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회장님과 저는 구체적인 가업승계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우선, 저는 “다행히 가업승계를 지원하는 세제 혜택들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가업상속공제입니다. 가업상속공제란 가업을 물려줄 때 일정 금액까지 상속재산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로, 성공적인 가업승계를 위해 마련된 특별공제입니다. 만약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최고 600억 원까지 상속 재산을 세금 없이 물려줄 수 있습니다. 김 회장님의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600억이요? 제법 크군요!” 현행법상 이 공제액 한도는 가업 영위 기간에 따라 300억 ~ 600억 원으로 차등 적용됩니다. 예컨대 10년 이상 운영한 기업을 물려주면 300억 원, 20년 이상은 400억 원, 30년 이상은 600억 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회장님 회사는 35년 넘게 이어져왔으니 최대 한도 혜택을 볼 수 있는 셈이죠. 물론 조건이 있습니다. 피상속인(창업주)이 10년 이상 기간 동안 대표이사에 재직해야 하며, 상속인은 만 18세 이상, 상속개시일 전 2년 이상 가업에 종사해야 하는 등 사전 / 사후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또한 회사를 물려받은 상속인은 5년간 기업을 유지해야 하고 함부로 업종을 변경하거나 기업 규모를 축소하면 안 됩니다. “꽤 긴 사후관리 기간이네요. 5년이면 경영 환경이 많이 바뀔 수도 있는데...” 회장님의 지적대로, 이 요건이 까다로워서 현실에서 가업상속공제를 실제 적용받는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상속 이슈가 있는 200,000개 법인 중에서 1년에 200개 정도 기업이 가업상속공제가 승인된다고 하니, 성공률은 0.1% 수준으로 보면 됩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이러한 사후관리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2023년말 세법 개정을 통해 이제는 사후관리기간 중 업종 변경도 조금 더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국표준산업분류상 대분류 내에서 업종 변경을 허용하여 시대 변화에 맞게 사업 전환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예전엔 제조업 내에서도 세부 업종이 달라지면 안 됐지만, 이제는 제조업 범위 내에서의 변신은 허용되는 셈입니다. 이러한 완화 조치는 기업인의 부담을 덜고 가업승계를 유도하려는 정책 의지로 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저는 “생전에 미리 승계를 시작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상속 시 한꺼번에 재산을 물려주면 세금 부담이 폭탄처럼 터지지만, 미리 조금씩 증여해 두면 세금을 분산시키고 절약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얘기한 10년 주기의 분할 증여가 한 방법이죠. 특히 기업의 경우 지분 승계를 미리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 활용도가 높아진 제도로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가 있습니다. 이것은 말 그대로 가업을 잇는 목적으로 미리 증여를 하면 증여세를 특례로 낮춰준다는 제도인데요. 부모가 자녀에게 가업 회사의 주식을 증여할 때 최대 600억 원 한도 내에서 10억 원을 공제한 후 과세표준 120억 까지는 10%, 120억을 초과하는 경우는 20% 낮은 세율로 과세하는 파격적인 혜택입니다.

원래 증여세율은 액수가 크면 50%까지 갈 텐데, 10%~20%로 대폭 경감된 세율을 적용해주는 것이지요. 회장님은 “그 정도면 차라리 미리 주고 10% 세금 내는 게 낫겠어”라고 말씀했습니다. 다만 이 특례를 받으려면 역시 일정 조건이 있습니다. 증여 당시 수증자(자녀)가 만 18세 이상이고, 3년 이상 가업에 종사한 상태여야 합니다. 그리고 증여 후에는 해당 자녀가 5년 이상 그 회사를 계속 경영해야 하지요. 만약 중간에 지분을 팔거나 가업을 중단하면 감면받은 세금을 추징당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특례는 “일찍 승계하면 세금 혜택”이라는 명확한 인센티브를 주어, 최근 가업승계를 고민하는 기업인들이 적극 검토하는 방안입니다. 실제 2024년부터는 10% 저율과세 한도가 60억 원에서120억 원으로 늘어나고, 연부연납(할부납부) 기간도 기존 5년에서 15년으로 대폭 확대되어, 자녀에게 미리 기업을 물려주려는 경우 세금 부담을 장기간에 걸쳐 완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혹시 세금을 한 번에 낼 돈이 없으면 어떻게 하죠?” 회장님의 현실적인 질문에, 상속세 납부 방법도 설명드렸습니다. 상속세는 원칙적으로 현금 납부가 원칙이지만, 부동산이나 주식처럼 현금화가 어려운 자산이 많을 때는 연부연납(최대 10년 거치 + 10년 분할, 합계 20년에 걸쳐 납부)이나 물납(현물로 납부)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앞서 A사 사례에서 봤듯 물납으로 주식을 낼 수도 있지만 그 경우 경영권이 약화되는 부작용이 큽니다. 연부연납은 일정 이자와 함께 세금을 나눠 내는 것이므로, 결국 회사가 지속적으로 이익을 창출해야 감당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예 생명보험을 활용하는 기업인도 있습니다. 생명보험에 가입해 두었다가 상속 개시 시점에 보험금으로 세금을 납부하도록 준비하는 것이지요. 저는 회장님께 “상속세를 걱정하느라 회사 성장을 멈출 수는 없지 않겠냐”며, 지속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노력도 병행하셔야 한다고 조언 드렸습니다. 상속세는 기업 가치에 비례해 부과되지만, 역설적이게도 기업 가치가 높아야 세금도 낼 수 있는 법이니까요.

이밖에도 승계 플랜에는 고려할 사항이 많습니다. 후계자 양성도 그 중 하나지요. 세금만 해결된다고 끝이 아니고, 가업을 이끌 자녀 세대의 준비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회장님의 아들은 현재 전문경영인으로 다른 회사에 근무 중인데, 저는 그분이 회사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 보자고 제안했습니다. 2세 경영인이 미리부터 회사의 일원으로 참여하여 경험을 쌓는다면, 나중에 승계를 하더라도 직원들과의 신뢰 구축이나 본인의 경영 역량 면에서 훨씬 부드럽게 안착할 수 있습니다. 회장님은 “아들놈에게 회사 일을 시켜볼까 고민만 했는데, 이젠 구체적으로 계획을 잡아봐야겠네요”라며 미소 지었습니다.

 

 

맺음말 : 100년 기업을 꿈꾸며

상담을 마치며, 회장님은 한결 편안한 얼굴로 제 손을 꼭 잡았습니다.

“덕분에 마음의 짐을 조금 내려놓은 것 같아요. 이젠 어디서부터 준비해야 할지 알겠습니다.” 저 역시 따뜻하게 웃으며 인사드렸습니다. 돌아오는 길, 창밖에 비치는 가로등 불빛이 유난히 밝게 느껴졌습니다. 고령 창업자 시대, 가업승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습니다. 기업을 일구는 데는 오랜 세월과 헌신이 필요하듯, 그 기업을 다음 세대로 온전히 넘기는 데에도 시간과 준비가 필요합니다. 물론 제도적으로 개선할 부분도 많습니다. 세금 부담 구조의 완화, 승계 지원 정책 확대 등은 100년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입니다. 회장님과 나눈 대화처럼, 결국 가업승계의 주인공은 창업자 본인과 그의 가족입니다. 준비된 승계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가문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이어갈 수 있게 해줍니다. 반대로 대비 없는 승계는 앞서 살펴본 안타까운 사례들처럼 소중한 기업과 일자리를 잃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수많은 기업인들이 회장님처럼 고민의 밤을 보내고 있을지 모릅니다. 부디 이 글이 작은 위로와 길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가업(家業)”이라는 말처럼, 기업은 단지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우리 삶과 가족의 역사가 깃든 유산입니다. 그 가치를 지켜 미래로 전하는 일은 결코 부의 대물림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선대(先代)의 열정과 정신을 후대에 전하는 일이자, 직원들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이어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오랜가업승계 전문가로서 저는 확신합니다. 미리 준비된 승계는 창업주와 후계자 모두에게 축복이 될 것이고, 사랑하는 회사를 영속시키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입니다. 오늘이 가장 젊은 날입니다. 지금 시작하십시오. 100년 기업의 꿈, 그 씨앗은 바로 여러분의 결단과 준비에서 움트는 법입니다.

 

정안뉴스 안정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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